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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0년전 쯤, 마크제이콥스를 만났다. 새 가방이 나와서였든지 루이비통의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어서였든지, 둘 중 하나였겠지만 정확하지는 않다. 아시아 여러 도시에서 모인 에디터들은 크래커 위에 연어와 올리브를 올린 알량한 브런치를 먹으면서 그를 기다렸다.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늦게, 하얀 곰이 잔디를 밟는 것 같은 귀엽고도 둔한 움직임이 느껴지고 곧 마크 제이콥스가 방으로 들어왔다.
희색 셔츠와 남색 브이넥 니트, 주름 장식이 없는 회색 울 바지, 아디다스 스탠 스미스 운동화.
그 즈음의 그는 줄창 신고 다니던 분홍색 컨버스를 버리고 꽤 오랫동안 스탠 스미스만 신고 있었다. 끝이 고불고불한 약간 긴 머리를 연신 귀 뒤로 넘기면서 그는 대체로 부끄러운 듯, 가끔씩 큰 소리로 웃었다. 에디터들이 손을 들면 아주 상냥한 바업으로 질문자를 지목했다.
공동 인터뷰가 그렇게 사적이고 친밀하게 느껴진 건 그 이전에도 후에도 없었다. 박스에 든 말보로 라이트와 코카콜라 라이트를 소중한 듯 꼭 쥐고, 연신 줄담배를 피워대면서 비음이 섞인 목소리로 모든 질문에 열심히 답했다. 그 중 지금도 기억나는 건 두 가지다.
"당신은 왜 같은 옷만 입고, 그렇게 뚱뚱한가?"
"당신은 성공했나?"
그는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 성공이니까, 나는 굉장히 성공했다라고 답했다.
그토록 성공했는데도 유아처럼 순진하고 천진난만하고 낙천적일 수 있다니..비둘기와 낙타발 탈을 쓰고 파티에 가는 마크 제이콥스.
팔뚝에 스포지 밥과 엠앤엠 초콜릿, 3인용 소파와 심슨을 문신으로 새겨 넣기 전 일이다. 스커트를 입고 버킨 백을 든 채 행사장에 나타나기 전의 일이고, 태닝 후유증으로 육포색깔 몸을 갖기 전 일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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